2009년 05월 04일
2009 일본 벚꽃기행 #2 - 스미다가와에서 카츠 카이슈를 만나다 & 그리고 한적한 모토아라카와
2009 일본 벚꽃기행 #1 - 우에노 공원편에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역시 날짜별로 나누어서 포스팅합니다.
2. 2009.04.07 (키타코시가야 모토아라카와)
이번 일본 체류기간 중 거주지였던 사이타마현 코시가야시(越谷市). 키타센쥬역(北千住)에서 토부이세자키선(東武伊勢崎線)열차에 탑승, 토부도우부츠코우엔(東武動物公園) 방면 급행으로 약 20분가량 달리면 나오는 곳입니다. 사이타마현이긴한데 시간표 검색해서 제때제때 잘만 갈아타면 동경 도심으로의 접근성도 그리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코시가야시를 통과하는 몇개의 역중 키타코시가야(北越谷)역 부근에 벚꽃구경 하기에 적절한 장소가 있습니다.
키타고시가야역에서 서쪽출구에서 도보 10분거리에 있는 개천 모토아라카와(元荒川). 강둑 양쪽으로 벚꽃 나무를 주르륵 심어놓은, 이 동네에선 나름 알아주는 명소입니다.

지난번 방문했던 우에노 공원보다 훨씬 한적한 곳입니다. 벚꽃이 한창 만개한 시즌인데도 불구하고 통행인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종종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대부분인듯. 근처 슈퍼갔다가 잠깐 들린듯 비닐 봉지를 주렁주렁 손에 든 아주머니, 애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어르신, 아직 수줍게 사랑을 속삭이는 교복차림의 어린 연인들.... 그 밖에 코시가야시에는 분쿄대학이라는 대학교가 위치해 있는데 그곳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춘남녀들이 꽃나무 밑에 자리를 깔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흐드러지개 꽃송이를 매달고 있는 벚꽃의 향연. 정말 만개(満開)라는 말이 잘 어울립니다.

벚꽃에도 여러종류가 있다는데 이건 어떤 벚꽃일까요.

조용한 지방도시, 소리없이 흘러가는 물줄기에 솜사탕 같은 조각 구름들이 같이 흘러갑니다. 가끔씩 따사한 봄바람이 불어 벚나무를 흔들고, 곧이어 눈보라 같은 꽃잎들이 아름답게 허공을 수놓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알겠지만, 정말 한적합니다. 일본의 유명한 벚꽃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리쟁탈전 같은 건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지난번 갔던 우에노 공원에서는 나무 밑둥마다 자리를 깔고 줄을 치고 자리를 확보한 뒤 흥청망청 마셔대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여기는 영 분위기가 다릅니다. 일본식 오하나미(お花見)가 아니라 정말로 벚꽃 그 자체를 보러 가고 싶은 사람은 이런 동경근교의 지방 도시를 노리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무 밑에 자리를 펴고 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저도 뭔가 먹고 싶어집니다. 근처에 슈퍼 같은 것도 안보이는지라 별수 없이 역근처 세븐일레븐에 가서 오뎅을 사가지고 왔습니다. 먹고 싶은 종류의 오뎅을 골라서 점원에게 말하면 둥그런 사발면 용기 같은 곳에 오뎅과 국물을 담아줍니다. 비싼 사케집 가서 먹는 오뎅보다 이런 편의점 오뎅이 저에게는 더 맛난 것 같습니다. 사가지고 온 오뎅을 벚꽃 나무 아래 강둑에 앉아 먹었습니다. 맛있습니다.

귀여운 강아지도 지나갑니다.

나이든 주인님과 함께 산책나온 멍멍이. 강아지도 봄이 좋은지 꾸무적꾸무적 좀처럼 움직이려 하질 않다가 주인님에게 끌려갑니다. 아니 어쩌면 강아지가 아니라 주인님 만큼이나 나이를 먹은 늙은 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매년 이렇게 주인님과 꽃을 보러 나오고 있는 걸까요? 걷는 게 힘든건지 헉헉대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내년에도 꽃구경 나올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3. 2009.04.09 (스미다가와 강변, 밤의 모토아라카와)
이날은 점심을 먹고 느즈막하게 집을 나섰습니다. 키타코시가야역에서 아사쿠사(浅草)행 전차를 타고 아사쿠사로 향합니다. 종점인 토부아사쿠사(東武浅草)역. 토부센(東武線)닛코패스로 닛코를 여행하려는 외국인 여행객들의 출발점이 되는 이 곳에서 내리면 스미다가와(隅田川) 강변이 바로 이어집니다.
스미다가와는 동경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강. 매 여름이면 성대한 불꽃놀이 대회가 개최되어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입니다. 이곳이 벚꽃놀이로도 유명한 줄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깨끗하게 잘 정비된 스미다 공원. 너무 깔끔하게 꾸며 놓아서 그런지 지난번 본 모토아라카와 강변같은 정겨운 맛은 떨어집니다. 강폭이 제법 넓다보니 강에 눈이 가버려서 그런건지 벚꽃자체에 대한 집중도도 좀 떨어집니다. 그저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다는 거 하나가 메리트? 여기 보고 나서 근처의 아사쿠사 센소지(浅草寺)를 방문했는데, 봄에 센소지를 찾는 여행객들은 셋트로 묶어서 보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유람선이 지나 갑니다. 은하철도999의 마츠모토 레이지가 디자인한 배라고 하는데(정말일까) 나름 근미래적으로 생겼습니다. 왠지 잠수도 가능할 것 같이 생겼습니다.

이게 아사히 맥주 사옥이던가요? 강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 옥상에 이런 기괴한 장식물이 붙어 있습니다. 맥주 거품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단순한 똥배설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만약 후자라면 상당히 건강한 색깔이군요.(응?)

듀근듀근 메모리얼 전설의 나무 밑에서공원 구석 화단에서 작업 거는 고양이. 네, 봄이 온겁니다.

강을 따라 한참 걷다 보니 끝이 없습니다. 당연합니다. 계속 걸어가면 태평양입니다. 안되겠다 싶어 중간에 샛길로 빠져나오자 이런 동상이 맞아줍니다. 카츠 카이슈(1823~1899)입니다. 카츠 카이슈는 에도막부 말기 막부측 고관을 지냈던 인물로 진작부터 바다의 중요성을 깨닫고 해군 양성에 힘을 기울인 사람입니다. 시바 료타로의 역사소설 '료마가 간다'를 보면 당시 양이(攘夷)주의자였던 사카모토 료마가 이 카츠 카이슈를 암살하기 위해 잠입하지만 오히려 의연한 카츠의 태도에 감복, 그의 사상에 감화되어 암살을 포기하고 그를 선생으로 모시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그러고 보니 그가 당당하게 가슴을 펴고 가리키는 방향이 태평양을 향하고 있는 듯도 합니다. 바다로 나아가라라는 의미일까요.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자는 코트를 지배하겠지만 바다를 지배하는 자는 세계를 재패한다. 갑자기 대항해시대 게임이 하고 싶어집니다. 동상 부근 교차로에 관광안내센터가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카츠카이슈 엽서를 팔고 있길래 한장 샀습니다.
그리고 귀가길. 스미다 공원에서 벚꽃을 본뒤 아사쿠사 센소지에 들러 잠시 관광. 근처 300엔짜리 라면 가게에서 라면을 사먹고 집으로 향합니다. 키타코시가야역에 도착하니 어느덧 깜깜해지고, 이건 밤벚꽃을 볼 절호의 찬스라는 생각에 역앞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 지난번 갔던 모토아라카와 강변으로 향합니다.



어찌어찌 이런식으로 올해도 벚꽃을 보며 봄을 맞이 하는 듯 싶습니다. 4월 9일 현재 사이타마현 북부까지 치고 올라온 벚꽃 전선은 날이 갈수록 북으로 북으로 올라가겠지요. 4월 말에는 아오모리, 5월에는 북해도까지 전선이 올라가겠지요. 드물긴 하지만 4월에도 아오모리엔 눈이 오곤 합니다. Sakura in winterland. 언젠가 꼭 한번 보고 싶은 풍경입니다.
논문이 바빠져서 당분간 포스팅은 힘들듯 하네요. 시간나는 대로 틈틈히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 by | 2009/05/04 08:29 | Sentimental Journey | 트랙백 | 덧글(1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너무너무 부러워요!!+ㅁ+!!ㅋㅋ
아주 신출귀몰하십니다?
그보다도 저 개인보다 포슷힝 내용에 관해서 코멘트 좀 주십 ㅠ.ㅠ
2주후에 시험인데 죽겠음.
잠은 오고 먹을 건 없고......
양수장에서 쓰던 전기쿠커를 사왔어야 하는건데...
그거만 있으면 나도 식객에 요리왕인데.
한국 들어가면 한번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