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월 일본 삿포로・동북지방 여행 #2 건담, 오다이바에 서다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여 일본 입국 수속을 마치고 공항을 나오자 어느덧 오후10시를 훌쩍 넘긴 시각.
오늘 묵을 호텔은 일본 호텔 예약사이트 JALAN에서 미리 잡아놓은 상태. 호텔 위치는 오다이바 국제전시장 부근에 있는 도쿄베이아리아케워싱턴 호텔. 그야말로 관광지인 신쥬쿠, 우에노 등지에서 제법 멀리 있는 호텔이지만 하네다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고 또 다음날 오다이바 관광을 예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최적의 선택이었다. 세미더블 6,000엔 정도에 방도 여느 최저가 비지니스 호텔보다 상당히 넓어 쾌적한 편이고 인터넷도 사용 가능. 다음날 아침 먹을거리를 편의점에서 미리 사서 호텔에 체크인.





2009.08.03

이날 저녁엔 나리타 공항에서 삿포로행 일본항공 국내선을 탈 예정이었다. 제법 한가한가 했지만 나리타 공항까지의 이동시간을 약 2시간정도 생각하면 그리 여유가 많지 않다. 원래는 오다이바 관광하고 하네다에서 타는게 제일 좋았는데 나리타로 변경한 것은 피치못할 사정.....이랄까 내가 어리석었기 때문.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본휴대전화회사 소프트뱅크는 한국인 고객 대상으로 휴대전화 렌탈료무료 캠패인을 실시중이기 때문에 일본 갈때마다 즐겨 이용하고 있다. 다만 휴대전화 수령가능한 공항이 나리타 하네다 등 몇몇 큰공항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하네다의 경우 당일 예약 후 수령이 불가능하다는 것. 항상 미리 예약해서 나리타에서 수령하다고 이번에 한번 예약없이 당일 수령 해보겠다고 쇼하다고 한방 먹은 셈. 부랴부랴 서비스센터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나리타 공항이라면 아직 수량이 남이있고 또 당일 신청 및 수령도 가능하다고 해서 내 비행편도 급히 하네다에서 나리타로 변경하게 된 것이다.

밥을 먹고 호텔을 나서 모노레일 역으로 향했다. 사실 오다이바가 유명한 관광명소이긴 하지만 솔직히 별로 크게 재미있는 곳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쇼핑이라면 접근성이 더 좋고 물건도 더 많은 대형쇼핑몰이 시내 곳곳에 있고, 레인보우 브릿지 운운하는 야경도 요코하마 야마테 지역만 못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오다이바를 찾은 것은 바로 이것!
                                                                     모노레일역에서 찍은 건담 포스터

친환경개발캠페인(?)인 동경그린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실물 사이즈 건담. 공개전부터 인터넷이나 유튜브등에 사진 및 영상이 공개되어 이젠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는 전시물이건만 역시 실제로 가서 보면 느낌이 틀리다. 박력이 있다고 할까. 시오카제 공원이란 곳에서 무료 공개중인데 근처까지 모노레일로 이동하다보면 모노레일 차창 밖으로 숲사이로 건담이 눈에 들어온다. 

                                                                           두둥, 두두두두둥.

같은 객차에 타고 있던 어느 서양인 여행객은 전혀 사전 정보 없이 건담과 조우해버린 모양인지
"My god! What the hell is that?!" 라고 외치며 깜놀, 대흥분. 그야.....알고 봐도 흥분하지, 이런 건;
일본......천조국도 모르게 모빌슈츠를 만들고 있었다는 것인가. 무서운......

                                             근처 모노레일역에는 친절하게 건담보러 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다

미쳐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전시장인 시오카제 공원은 대낮부터 수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안그래도 찌는 듯한 폭염이 가중되는 느낌. 그리고 그런 열기와 사람의 파도를 헤치고 마침내 나타난 광장에.


그것이 있었다.


                                                                        
 일어서다, 연방의 괴물



                                                          각종 기념품 판매 안내. 물론 사진 않았습니다.                                     



                                                                                 내가 건담이다!   



                                                                         하늘을 우러러 기도하는 건담



                                               건담의 발. 의외로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제작되었다



천공의 모빌슈츠 건담 (응?)


그런데 좀 의아한게 이 그린도쿄건담프로젝트라는게 친환경 에너지니 재생가능한 에너지니 해가며 환경문제에 관심을 모으기 위한 기획이라고 들었는데, 건담 동력원은......핵 아니었나; 핵분열이 아니라 핵융합이니 괘않다!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결국 인류의 미래 에너지원은 핵융합? 덜덜덜.

매시 정각이 되면 음악과 함께 건담의 목이 막 움직이며, 연기도 모락모락, 불도 번쩍번쩍. 마침 운좋게 딱 정시가 되었길래 별로 기다리지 않고 볼 수 있었다. 위에 건담 발 사진은, 실제로 발 근처에 가서 찍은건데 줄서서 기다리면 건담 다리 사이로 통과하게 해주었다. 다리 통과하면서 건담 만지고 막 감동받는 사람들도 다수.

건담을 보고 나니 이미 점심시간을 지난 시각. 뭔가 좀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어서 근처 쇼핑몰인 팔레트 타운으로 향했는데 이게 실수였다. 교통비 좀 줄여보겠다고 이런 땡볕아래에 바보 같이 걸어가다니. 마침내 기진맥진해서 팔레트 타운에 도착하긴 했는데 결국 식사하러 들어간 곳은 바로 옆에 다른 쇼핑몰인 비너스포트의 식당가. 게다가 날씨가 덥다는 이유하나로 야끼니꾸집에 들어가 '본토냉면'이라고 적힌 메뉴를 선택. 맛은......놈들이 생각하는 본토란 하와이인가 사할린인가.

식사 후 잠시 비너스 포트를 돌아다니다가 비행기 시간이 다가와서 나리타 공항으로 향했다. 교통 수단은 언제나 그렇듯이 동경에서 제일 저렴하게 나리타 공항으로 연결되는 케이세이라인. 탑승시간까지 한시간 반 가량 남기고 공항에 도착해서 휴대전화를 렌트했다.

나리타 공항은 국제선 전문공항이긴 한데 일본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승객들을 위해 국내주요공항으로 연결되는 국내선 비행기를 하루에 몇편씩인가 띄우고 있다. 오늘의 내 목적지는 삿포로. 인구 250만을 자랑하는, 북해도 제1의 도시이다. 나리타-신치토세공항(삿포로근교 공항)은 하루 2편 운항되는데 오늘 내가 타는 것은 저녁 시간 출발하는 비행기.
국내선이기 때문에 기내식 대신 간단한 음료 한잔이 나온다는 점, 체크인 과정이 비교적 간소하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별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하였다.

기내안 승객들은 역시 국내선답게 일본인들이 많았는데 조금 특이한 점은 서양인+일본인의 가족구성이 드물지 않게 보였다는 점. (서양인이 아닌 동아시아계 외국인은 외견상 구분이 잘 안되므로 일단 '서양인'이라고 천박한 일반화를 시도) 추정하자니 아마 외국인과 결혼하여 외국에 거주하다가 곧 다가오는 8월 15일 오봉 명절을 고향집에서 보내기 위해 일시 귀국하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한시간 반가량을 날아간 JAL기는 이윽고 신치토세 공항에 착륙했다. 덜컹하며 바퀴가 지면에 닿는 이 순간. 이착륙이 가장 위험하다고는 하지만 나는 왠지 이착륙하는 이 순간을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아 내가 비행기를 탔구나 하고 실감하곤 한다. 변태는 아니지만 약간의 흥분감도?(...)

신치토세 공항에서 삿포로시내까지는 기차로 약 30분. 단돈 1050엔이지만 현금이 전혀 없어서 신용카드로 표를 구매했다. 신용카드 구매가 아직 한국만큼 활성화 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항상 가지는데(물론 비싼 가게 가면 다 받아준다) 다행히 JR은 소액결제에도 신용카드를 쓸 수 있었다.

기차안은 한가했다. 휑하니 비어있는 자리 2개를 점유하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깜깜한 어둠속으로 어떤 풍경이 펼쳐지는지 내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홋카이도라는 일본식 발음보다도 '북해도'라는 한국식 발음이 내게는 더 친숙하다. 수년전 처음 북해도를 찾았던 때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새하얀 설원 여기저기에 듬성듬성 박혀있는 이층집들은 마치 동화에 나오는 인형의 집 같았다. 수년의 시간을 넘어 다시 찾은 북해도. 항상 그렇듯이 어떤 지역을 다시 방문하였을때 엄습해오는 센티멘탈리즘은 내겐 끊을 수 없는 중독이다. 그것은 기차여행시에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과거의 기억이 쓰라리던, 달콤하던 간에 과거의 기억과 마주하며 나는, 회상하고, 추억하고, 기억하며 울고, 때론 웃는다. 실은 잘 알고 있다. 이것이 한줌의 가치도 없는, 전혀 무의미한 싸구려 감상주의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하지만 그러면 어떠랴. 그런 추억들을 먹어가며 대다수의 인간은 살아가는 것이 아닌지? 조금씩이지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되는 것이 아닌지? 다만 한가지 기원하건대 이런 식의 과거와의 조우라는 의식을 통해 내가 퇴보보다는 진보를, 정체보다는 발전을 이룩할 수 있기를 굳게 바랄 뿐이다.

반시간 조금 넘게 달린 기차는 이윽고 삿포로역에 도착했다.
3번째 찾은 삿포로. 7년만의 재방문.

북의 대지는 변함없이 그곳에 있었다.


by Ellery | 2009/09/04 21:06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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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하하 at 2009/09/04 21:59
기거이 갔구려..ㅋㅋ

갈줄알았음 ㅎㅎ 조종해서 한국으로 갔구오지 그랬소
Commented by Ellery at 2009/09/04 22:03
아 그럴려고 그랬는데......
갑자기 저전압 들어오더라구 ㅋㅋ
도로 내렸지 뭐.
배터리 가스 빼느라 죽는 줄 알았음. 딥다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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